
서론
연말 시장을 볼 때 가장 혼란스러운 장면은 “호재가 연속으로 등장하는데도 가격이 쉽게 회복되지 않는” 국면입니다. 지금의 크립토 시장이 바로 그 구간에 가깝습니다. 먼저, 미국 의회에서 논의되는 디지털자산 세제 프레임은 시장 참여자에게 매우 큰 의미를 갖습니다. 규제나 세금은 단순히 비용을 늘리거나 줄이는 문제를 넘어, 어떤 방식의 거래와 어떤 형태의 수익이 ‘정상적’으로 인정받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공합니다. 이번에 공개된 디지털자산 PARITY 법안 초안은 워시세일(wash sale) 같은 손실거래 활용 관행을 주식시장 규칙과 비슷하게 맞추려는 동시에, 스테이킹·채굴 보상에 대한 과세를 ‘수령 시점’이 아닌 ‘매도 시점’으로 늦추는 구조를 제시합니다. 이는 “유동성이 낮은 토큰 보상을 받았는데 세금은 현금으로 먼저 내야 하는” 업계의 고질적인 마찰을 줄이는 방향입니다. 더 나아가, 일정 금액 이하의 일상 결제에 대해 양도소득 계산 부담을 줄이려는 ‘디 미니미스’ 면제 아이디어까지 포함해, 결제 사용성을 현실로 끌어내리려는 의도가 읽힙니다.
그런데 가격은 왜 약할까요? 이를 이해하려면 “제도화 호재”와 “단기 수급·심리”를 분리해야 합니다. 제도화는 중장기적으로는 리스크 프리미엄을 낮추고 참여자 풀을 넓히지만, 단기적으로는 매크로 변수와 포지션 정리, 연말 유동성 축소 같은 요인에 밀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2025년 중 고점 이후 하락 흐름이 이어지며, “큰 악재가 없는데도 연간 하락세가 예상된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즉, 이번 약세는 거래소 붕괴나 대형 스캔들이 촉발한 공포가 아니라, 기대가 먼저 가격에 선반영된 뒤 현실적인 수요가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할 때 나타나는 피로감에 가깝습니다. 연말 시장은 특히 이 피로감이 확대되기 쉬운 시기입니다. :
본론
핵심 이슈를 하나의 문장으로 압축하면 “디지털자산이 결제·저축·투자 인프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세금과 보상(수익) 설계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가 재편되고 있다”입니다. 먼저 PARITY 법안은 워시세일 규칙을 디지털자산에 적용해 손실을 활용한 조세 전략의 허점을 줄이는 대신, 산업 측면에서 가장 요구가 컸던 두 가지를 ‘당근’으로 제시합니다. 첫째, 스테이킹(검증)·채굴 보상 과세를 매도 시점까지 유예할 수 있도록 하여 ‘유령 소득’ 문제를 완화하는 것입니다. 토큰 보상이 현금흐름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고, 세금 납부를 위해 억지로 시장가 매도를 해야 하는 압력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둘째,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자산을 일상 결제에 쓰려면 매 거래마다 취득가 대비 양도차익을 계산해야 하는데, 이 의무는 대중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법안이 제안하는 200달러 미만 거래 면제(디 미니미스)는 바로 이 마찰을 줄여 “사용성”을 키우는 구조입니다. 다만 워시세일 제한은 하락장에서 손실 실현 후 즉시 재매수로 평균단가를 조정하는 전략에 제약을 주므로, 단기 트레이더 관점에서는 전략 재정렬이 필요해집니다.
이 흐름과 맞물려, 스테이블코인 ‘리워드(보상)’ 논쟁은 결제 인프라 경쟁의 본질을 드러냅니다. 업계 단체가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 보낸 서한에는 125개가 넘는 업계 그룹·기업이 참여했고,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고객에게 직접 이자/수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프레임워크)을 제3자 플랫폼의 ‘리워드 제공’까지 확장하려는 움직임에 반대했습니다. 요지는 단순합니다. 결제 시장에서 리워드는 신용카드 포인트, 은행 혜택, 간편결제 프로모션 등 경쟁의 표준 도구인데,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만 리워드를 묶어버리면 신규 결제 방식이 기성 금융에 비해 출발선부터 불리해진다는 주장입니다. 또한 “규제의 확장”은 혁신을 위축시키고 결과적으로 시장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업계는 커뮤니티 은행 예금 유출이나 대출 여력 감소 같은 논리에도 반박하며,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합니다. 동시에 감독당국 차원에서는 은행이 자회사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경로가 논의되는 등, 전통 금융도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 들어오는 그림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결국 ‘리워드’ 공방은 기술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결제 수익모델과 고객 접점의 주도권을 누가 가져갈지에 대한 싸움이며, 단기적으로는 규제 불확실성을 키우지만 장기적으로는 제도권 내에서 규칙이 구체화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구조적 의미가 큽니다.
그럼에도 가격이 약한 이유는 ‘규칙의 진전’이 곧바로 ‘매수 수요의 폭발’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 사례가 전형적입니다. 2025년은 제도권 친화적 분위기,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진전 등 호재가 많았음에도, 고점 형성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며 연간 기준으로는 드문 하락 시나리오가 거론되었습니다. 이는 시장이 호재를 “확정 수익”이 아니라 “미래의 가능성”으로 평가하고, 그 가능성의 가치를 이미 높은 가격에 선반영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또, 연말 구간은 유동성이 얇아지고 변동성이 비정상적으로 커질 수 있으며, 레버리지 포지션이 줄거나 기관의 리밸런싱이 겹치면 가격은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흔들립니다. 이런 국면에서 알트코인도 ‘테마’보다 ‘기술적 구간’이 더 강하게 작동합니다. 예를 들어 라이트코인은 비트코인 흐름을 따라 동조하는 모습이 관측되지만,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80달러 부근을 돌파·안착해야 한다는 식의 저항/지지 논리가 부각됩니다. 단기 변동성이 커질수록 시장 참여자들은 거시 담론보다 눈앞의 가격 구간에 반응하게 되고, 이는 “좋은 뉴스가 나와도 반등이 짧은” 시장을 만들기 쉽습니다.
결론/시장 분석
종합하면, 지금 시장은 ‘제도화의 속도’와 ‘가격의 체감’이 엇갈리는 과도기입니다. PARITY 법안이 보여주는 방향성은 분명히 제도권 편입의 진전입니다. 워시세일 규칙 적용은 규제 당국이 디지털자산을 “예외적 자산”이 아니라 “기존 금융 규칙이 작동해야 하는 자산”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며, 동시에 스테이킹·채굴 보상 과세 유예와 소액 결제 면제는 산업이 실사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마찰 비용’을 낮추려는 신호입니다. 다만 시장이 이 신호를 강한 상승 재료로 곧장 해석하지 않는 이유는, 첫째로 법안은 발의·논의 단계에서 변동 가능성이 크고, 둘째로 단기 수급은 거시 변수·연말 리밸런싱·레버리지 축소에 더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악재가 없는데도 비트코인이 연간 하락세를 기록할 수 있다”는 관측은, 투자자 심리가 ‘미래의 호재’보다 ‘현재의 수요 둔화’에 더 무게를 싣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스테이블코인 리워드 공방은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 요인이지만, 해석을 달리하면 결제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리워드를 둘러싼 충돌은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거래소 내 달러 대용’이 아니라, 소비자 결제·저축·송금 영역에서 기존 금융과 정면으로 맞붙을 만큼 커졌다는 뜻입니다. 업계가 제3자 리워드 제공까지 금지하는 확대 해석에 반대하는 이유는 경쟁의 룰이 ‘은행에 유리하게’ 재편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며, 이 논쟁 자체가 제도 설계의 디테일로 들어가고 있다는 점은 중장기적으로 규칙이 촘촘해진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 디테일 구간에서 정책 잡음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고, 시장은 그때마다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단기 시황은 “방향성 없는 박스권과 급격한 변동성”으로 나타나기 쉽습니다.
따라서 투자심리 관점에서 2025년 연말~2026년 초 구간은 ‘호재의 축적’과 ‘수급의 부담’이 동거하는 구간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비트코인이 다시 강한 추세를 만들려면, 제도화 뉴스의 양이 아니라 “그 뉴스가 실제 수요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가 확인되어야 합니다. 소액 결제 면제가 현실화되면 결제 사용성이 올라갈 수 있고, 스테이킹 과세 유예가 확정되면 미국 내 사업자·검증자 생태계가 안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효과는 정책이 확정되고 사업 모델이 재설계된 뒤에야 나타납니다. 반면 가격 조정은 포지션 정리 한 번으로도 즉시 발생합니다. 이 시간차가 당분간 시장을 누르는 핵심입니다.
종합 포인트
네 개 이슈를 한 줄로 정리하면 “규칙은 좋아지는데, 연말 시장은 그 시간을 기다릴 만큼 여유롭지 않다”입니다. 세제 측면에서 PARITY 법안은 디지털자산을 ‘예외’가 아니라 ‘정상 규칙’으로 편입시키는 상징성이 크고, 스테이킹 보상 과세 유예·소액 결제 면제 같은 조항은 실사용 확산의 마찰을 줄이는 방향이라 중장기 강세 논리를 강화합니다. 동시에 스테이블코인 리워드 논쟁은 결제 인프라의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었음을 의미하며, 논쟁이 치열할수록 결국 제도 설계가 구체화되어 장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이 감소하는 경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의 시장 분위기와 투자심리는 우호적이라기보다 경계 쪽에 가깝습니다. 비트코인이 큰 악재 없이도 연간 하락세를 기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단기 수요가 기대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가 시장에 남아 있습니다. 이때 알트코인은 특히 기술적 가격 구간(저항/지지)과 변동성 확대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라이트코인처럼 특정 가격대 안착 여부가 심리의 분수령이 되는 장면이 반복됩니다. 이런 국면에서는 ‘좋은 뉴스=즉시 상승’이 아니라 ‘좋은 뉴스=하락을 완충하는 방어막’으로 작동하기 쉬우며, 반등이 나오더라도 매물 소화 과정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종합 판단을 명확히 내리면, 단기(연말~1분기 초)는 하락/조정 요인이 우세하고, 중장기(2026년 이후)는 제도화·실사용 호재가 누적되며 상승 가능성이 열려 있는 구조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유동성 축소, 포지션 정리, 정책 디테일 공방 같은 변수가 가격을 눌러 ‘박스권+급변동’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중장기적으로는 세금·결제 규칙이 현실 친화적으로 정리될수록 참여자(사업자·기관·일반 이용자)의 행동 비용이 낮아지고, 이는 결국 수요 기반을 넓히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지금 시장은 “추세 상승의 출발점”이라기보다 “제도화 호재를 가격이 받아들이기 전, 체력을 회복하는 구간”에 더 가깝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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